

올해 가장 많이 떠오르고, 늘 옆에 있었고, 차츰 익숙해져가는 건 외로움이었다. 작년에 과분한 사랑을 받아서 그랬을까, 분명 그 때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같은 게 있었는데 지금은 더욱 그렇다. 아디나가 뉴욕에서 그랬던 것처럼 내 인생에서 사람들을 스쳐가고, 대화하고, 함께 일할 기회가 어느 때보다 커져가는데 도대체 왜 외로움이 커지는 걸까? 역설적이라는 생각에 괜스레 억울한 감정이 몰려오기도 한다. 화가 나서 눈물이 날 때도 있다.
외계인 자서전은 외로움을 위로해주지 않는다. 아디나의 고독함이 묻어져나오는 문장들에는 솔직함에서 오는 측은함, 상실감, 공허함이 있다. 그러나 오히려 그것이 내게 편안함을 줬다. 그럴 수 있음을,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라는 불완전한 존재가 살아가는 그 방식을 느낄 수 있었다. 그리고 그것은 언제나 극적인 사건에서 오는게 아닌, 일상 속 작은 다정함이었다.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, 작은 존재가 멀리 떠나가고, 톱니바퀴 처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은, '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'라는 보편적 언어 표현이 아닌 시시콜콜한 농담 한마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오리 동상에 옷을 입혀주는 것들이었다.
나는 앞으로도 여전히 외로울 것이다. 여전히 생각이 많을 것이다. 늘 그렇듯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. 그러나 전혀 이상하지 않다. 우리는 저마다의 우주에서 온 외계인이니까. 보이저 호에 담긴 쓸데 없고 공간만 차지하는 골든 레코드가 우리를 이어주리라 소망하며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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